포토보이스 4회 단체전
迷宮 / LABYRINTH
미궁은 크레타섬의 왕인 미노스의 아내 파시파에[Pasiphae]가 황소와 사랑에 빠지게 만든 포세이돈의 저주로부터 출발한다. 파시파에와 황소 사이에서 태어난 미노타우로스[Minotoaurus]를 가두기 위한 성이 미궁이다. 괴물을 가두고 결코 빠져나올 수 없는 미궁을 배경으로 신화 속 이야기가 펼쳐진다.
신화를 우리 삶으로 가지고 오면 미궁과도 같은 세상살이를 문득 경험하게 된다. 작은 상처와 고독으로 떨어져 나간 삶의 편린들이 나를 힘들게 할 때가 있다. 그것은 결코 빠져나가지 못할 것 같은 신의 저주처럼 거대해진 현대 시스템에서 우리는 탈출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들 때가 있다. 미궁 속 괴물은 어느새 내 마음으로 자리를 옮겨 괴물 한 마리를 키우며 살아간다. 미궁 탈출을 성공한 다이달로스[Daedalus] 또한 탈출의 환희로 태양의 열기에 날개가 타버린 아들 이카로스[Icaros]를 잃어버린 아픔에서 자유롭지 못하였을 것이다.
이번 포토보이스 4회 단체전으로 미궁이란 주제를 잡으며 각자 마음속 괴물들을 바라보기를 원했다. 그 괴물은 누군가에게 돈일 수도, 고독일 수도, 사람일 수도, 알지는 못하지만 느낌으로 알고 있는 막연한 무엇일 수도 있다. 사실을 보여준다는 특성이 강한 사진이라는 언어로 시적 이야기를 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 주제를 바라보고 응시하는 시간은 결코 가볍지 않으며 그 속에서 어떤 무언가를 찾는 각자의 시선과 노력을 서로가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즐거움을 가지기를 원했다.
전시 준비를 하며 각자가 프린트하고 물리적 차원으로서의 사진 경험도 하나의 즐거운 사진 공부의 연장이었다. 잘 찍고 멋진 풍경을 서로 보여주며 자랑의 사진이 아닌 서로의 독백을 조용하게 이야기하는 이번 전시는 전시 지도를 한 필자로서도 기대가 된다. 서로의 내밀한 이야기를 말로는 할 수 없어 사진을 빌려 이야기하며 은은한 촛불 아래 와인이라도 한잔하며 각자의 삶의 이야기를 펼치고 들어주는 이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전시다.
포토보이스 4번째 축제를 맞이하여 이 시간을 가지게 해준
회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2019. 12 / 현정범